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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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팝나무 조팝나무 흰 쌀밥꽃 >
김 영 천(金永千)
이팝나무 조팝나무
흰 쌀밥꽃
머리에 인
오월 첫째 날.
광화문 한복판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붉은 머리띠
질끈 동여맨 노동자들이
학익진을 펼쳤다.
먼지 풀풀 나는
동구 밖 과수원길
아스팔트 곱게 깔기.
아카시아 꽃 따는
꿀벌들을 위해
비행기 운행고도 올리기.
구호들이 날을 세웠다.
이팝나무 조팝나무
모두 뽑아버리고
보행자 통로 확대하자는
긴급 제안이 특별했다.
저녁 8시 뉴스는
노동절 대집회를 건조하게 알렸다.
며칠 동안 문 닫았던
신림동 지하 보세공장,
세 달치 월급 못 받은
오십 년 경력
삼차검사 할머니.
그녀의 쪽가위와 바늘은
하루 온종일
허리 못 펴고 땀 흘렸다.
기름때 묻은 편집기에
사장은 아침부터 매달렸고,
낡은 냉장고 옆
귀퉁이에 쪼그려 앉은
사장 부인도
실밥을 두 무더기씩이나 따냈다.
지하 보세공장 사람들은
밤 10시 30분까지
두 눈 껌뻑이며 눅눅하게 하품을 참았다.
그들이 퇴근할 때까지
공장 계단 건너편
이팝나무 조팝나무,
흰 쌀밥꽃
밤하늘 높이 싱싱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