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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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월의 고추밭 >
김 영 천(金永千)
잎사귀 죄다 시들고
고드름 맺힌 고춧대에
고추 두 개가 매달려 있다.
빨갛게 익은 고추 하나와
익다 말고 얼어버린
푸르댕댕 풋고추 하나.
마을 뒷산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고춧대에
볕을 나눠주던 해.
산비둘기 쫓던 포수의
총질 한 방에 부서져 내렸다.
부서진 해의 파편마저
십이월의 어디쯤으로 처박힌
눈 오는 날,
서로 어깨 기대던
고추 두 개가
눈발 섞인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