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오래된 수첩

김영천
2023-09-27

 


< 오래된 수첩 > 




김 영 천(金永千)


네모 상자 속에서

오래된 수첩이

배 깔며 뒹굴고 있다.

 

상자째 버렸을

직육면체에 담긴 옛날들,

먼지 털고 흔드니

꿈틀대며 골판지 너머를 기웃거린다.

 

수첩에 자리 잡은

이름과 전화번호들.

신원 조회 중,

열 개 중에 여덟 아홉은 결번이다.

 

과거 어느 날의

먼지 내려앉은 미소들

안녕하신가,

부디 평안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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