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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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붉은 장미꽃의 독백 >
김 영 천(金永千)
노랑과 주황이
뒤엉켜 뻗어가던 가을.
허수아비 날개죽지를 타고 펄럭이는 바람에
영토를 죄다 잃어버리고,
비에 젖은 수수깡 속으로 숨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신발주머니 휘두르며 다투는 골목길,
이리저리 뒤척이다 짓뭉개진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은
가을이 팽개쳐 두고 간 깃발이었다.
남현동 까치고개
녹슨 난간을 붙잡고
검붉은 장미 한 송이가 숨을 헐떡였다.
지금 계절은 어디쯤인가요?
구급차가
원님나팔보다 크게 싸이렌 불며
고개 넘는데,
소속을 알 수 없는
햇빛 한 움큼이
장미꽃 벌레 먹은 이파리 위에서
금붕어 비늘마냥 반짝였다.
고개 못 미쳐
가지 부러진 감나무에는
까치밥 하나,
유리구슬 닮은 하늘에 꼭 박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