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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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의 추상화 >
김 영 천(金永千)
유리창에 비친
고라니 그림자가
검붉은 장미 속으로 파고들었다.
한낮의 까치고개에서
누이와 함께 훑어낸 아카시아 향기는
메마른 아스팔트를 하얗게 적셨다.
송화가루 뒤집어 쓴
고라니 가족 세 마리가
밤새 뛰어다니는 남부순환도로.
나지도 않은 고라니의 긴 뿔이
인도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치받자,
구급차는 빨갛게 소리를 내질렀다.
문 잠긴 편의점을
빈 막걸리 통과 크림빵이 지키는데
괘종시계는 보이지 않는다.
달력에서 방금 뛰쳐나온 철쭉들이
꽃 사태 일으키고,
토끼 인형은
상수리나무에 걸터앉아
보름달을 깨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