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지난밤의 추상화

김영천
2023-08-27

< 지난밤의 추상화 > 




김 영 천(金永千)


유리창에 비친

고라니 그림자가

검붉은 장미 속으로 파고들었다.

한낮의 까치고개에서

누이와 함께 훑어낸 아카시아 향기는

메마른 아스팔트를 하얗게 적셨다.

 

송화가루 뒤집어 쓴

고라니 가족 세 마리가

밤새 뛰어다니는 남부순환도로.

나지도 않은 고라니의 긴 뿔이

인도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치받자,

구급차는 빨갛게 소리를 내질렀다.

 

문 잠긴 편의점을

빈 막걸리 통과 크림빵이 지키는데

괘종시계는 보이지 않는다.

 

달력에서 방금 뛰쳐나온 철쭉들이

꽃 사태 일으키고,

토끼 인형은

상수리나무에 걸터앉아

보름달을 깨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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