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소래 폐염전의 갈대

김영천
2024-01-19

 


< 소래 폐염전의 갈대 >




김 영 천(金永千)

  

서해바다를

회오리치며 건너온 바람이

이른 아침부터,

갈대들의 야윈 어깨를 짓누르며 윽박질렀다.

 

줄기 뿌리 어디쯤이더냐.

너희들이 숨겨놓은 것을

내놓으라

내놓으라

당장 내놓으라.

 

하루종일

시퍼런 바람이 몸통을 후벼 팠지만,

갈대들은 허리 꺾이며

우우 고개를 저었다.

 

뿌리 뽑히면서도

으깨진 무릎으로

하얀 소금 알갱이를 감싸안았다.

 

노을 번지는

서해안 폐염전

소래,

다시는 오지 않을

하얀 날.


누런 갈대들이 피 흘리며

반짝이는 소금을

뼈 마디마디로 부등켜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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