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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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까치의 분홍빛 인사 >
김 영 천(金永千)
지난 겨울
무채색 세상이 쩡쩡 얼어붙고
몸통만 남은 플라타너스에
흙먼지만 쌓일 때였지.
다리 다친 까치
혼자서,
마른 솔잎 물고
횡단보도를 건넜거든.
바람 애리게 불고
하얀 비닐봉지가
백기처럼
방향 없이 하늘을 날더군.
택시가 빵빵거리고
트럭운전사는 기차화통만큼
소리를 질러댔어.
신호등은 오초,
오초밖에 남지 않았다고
파란 눈 부릅뜨며 깜빡였지.
오늘은
부채살보다 더 넓게 펼쳐지는 햇살.
철쭉꽃이 짱짱하게 반짝이고
라일락도 머리 풀어
보라색 향기를 나눠주더군.
아직도 다리 아픈 까치가
분홍빛 인사를 했어.
생생한 봄날,
물오른 버들잎 물고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더군.
신호등이
십 오초나 남았다고
거수경례를 했지.
여전히 자동차들은 툴툴거리지만
빨래줄 위에 널어둔 하늘,
자맥질하던 비행기가
싱싱하게 꼬리를 흔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