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안나푸르나의 제단

김영천
2023-12-24

  


< 안나푸르나의 제단 >




김 영 천(金永千)

  

붉은 꽃을 뿌리며

절을 한 다음,

그들은

하늘 끝에 닿은 빙벽을 올랐다.

 

신이 숨 쉬는 곳에서

똬리를 튼 오색구름이

검은 눈을 뿌리고

칼날 선 바람도 던졌다.

 

벗겨진 아이젠에

로프가 매달렸다.

너댓 개의 눈사태가 나고

빙벽이 연달아 무너져 내리자

초승달은 피로 얼룩지며 조각났다.

 

피 묻은 달빛을 부여잡고

안나푸르나를 오르던 

그들,

마침내 산이 되었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붉은 꽃을 뿌리며

또,

밤새도록 절을 했다.

 

휘엉청

세 개의 보름달이 떴다.

 


* 2011년 10월 18일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던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등 3명의 산악인이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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