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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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푸르나의 제단 >
김 영 천(金永千)
붉은 꽃을 뿌리며
절을 한 다음,
그들은
하늘 끝에 닿은 빙벽을 올랐다.
신이 숨 쉬는 곳에서
똬리를 튼 오색구름이
검은 눈을 뿌리고
칼날 선 바람도 던졌다.
벗겨진 아이젠에
로프가 매달렸다.
너댓 개의 눈사태가 나고
빙벽이 연달아 무너져 내리자
초승달은 피로 얼룩지며 조각났다.
피 묻은 달빛을 부여잡고
안나푸르나를 오르던
그들,
마침내 산이 되었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붉은 꽃을 뿌리며
또,
밤새도록 절을 했다.
휘엉청
세 개의 보름달이 떴다.
* 2011년 10월 18일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던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등 3명의 산악인이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