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눈 내린 두곡리 도국서실의 새벽

김영천
2023-12-24

   


< 눈 내린 두곡리 도국서실의 새벽 >




김 영 천(金永千)

  

깜깜한 지난 밤의 무게만큼

자박자박 눈이 쌓였다.

오동잎새 하나가

반쪽 부서진 나무의자에 앉아

새벽까지 부스럭거렸다.

 

누이의 몽당연필과

귀퉁이 깨진 내 벼루는

밤새 어깨를 부딪치고 있었다.

가오리연 꼬리 같은 고양이 울음이

길게 탱자나무 울타리를 넘어왔고,

눈이 그친 뒤에도

낡은 책상은 삐걱거렸다.

 

아버지의 싸리비질 소리가

하얗게 밀려왔다.

장닭이 홰를 지자,

측백나무에 쌓인 눈이

사랑방 앞마당으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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