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칡꽃 튼실한 나라

김영천
2025-06-08



< 칡꽃 튼실한 나라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꿩 잡으려 낚싯대 펼치자, 

내 그림자가 한 발 먼저 

꿩의 깃털에 내려앉았다.


꿩의 발목과 툇마루 기둥을 

함께 묶어 놓았다.

그 기둥 아래 

정초석(定礎石)에 핏물 고였다.


타원으로 번지는 유월 

내 편 우리 편  보이지 않았고, 

온통 

낯선 이양선만 출몰했다.


이양선 화통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자 

일제히 소나무들이 함성 질렀다. 


놀란 꿩이 

금달걀 하나를 토해냈다.

꿩 울음에서 묻어 나오는 

칡꽃 향기.


금달걀을 말아 올린 

하얀  코끼리가 

발등에 엎드렸다.


어깨에 내려 앉았던 

꿀벌 한 마리.

칡꽃 찬찬히 이고

은하수를 건너고 있었다. 


아버지, 

장기 한 판 둡시다.


코끼리 타고

장(將) 들어 갑니다.

장기 알과 막걸리 잔이

한껏 씨름 하는 툇마루.

 

대들보 위에서 

태양일지도 모를

금달걀이 반짝거렸다.


칡꽃 튼실한 

나라 하나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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