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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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댕기머리 인형과 바람 둘 >
김 영 천(金永千)
장독대에
햇살 뽀얗게 내려앉자
작은 창문이 열렸다.
싱싱하게
이른 아침을 가다듬는
보라색 댕기 인형.
아래쪽 화단
분꽃에 매달려 있던
바람이 날아 올랐다.
분홍 바람은
인형의 팔을 붙들고
그네 타자며 졸랐다.
인형 다리에 매달린
노랑 바람은
목마 탄다면서
입을 삐죽였다.
놀이터에서는
그네 탄 목마가
파랑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머쓱해진 바람 둘,
인형의 댕기를
한참 동안 끌어당겼다.
어느 틈엔가
까망 분꽃 씨앗이
생글생글 영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