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새벽이 끌고 온 얼룩무늬 청동말

김영천
2024-09-01



< 새벽이 끌고 온 얼룩무늬 청동말 >


 


김 영 천(金永千)


새벽 두 시가 끌고 온

얼룩무늬 청동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크게 울었다.

말 울음소리에 

설핏 잠 깬  소년이  

집 앞 개울가로 나아갔다.

 

청동말은 

멱 감은 소년을 태우고,

이내 

산 76번지 밤골

철거민촌

부서진 슬레이트 지붕을 뛰어넘었다.


아프리카 어디쯤

한 뭉치의 지폐를 가지고도

빵 한 조각 살 수 없는

낯선 곳으로 달려갔다.

 

지뢰 깔린 들판에

풀은 없었고

땅도 아무 데나 파헤쳐 얽어 있었다.


비린내 가득한 땅

태양 등진 소녀들이

마른 강에서 흙탕물을 길었다.

발목 잃은 아이가

소년과 청동말을 보고

흰 이 드러내며 웃었다.

 

다섯 번 괘종시계가 울렸다.

얼룩무늬 청동말이

말굽 소리를 던져 두고 사라졌지만,

소년은 다시 잠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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