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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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 끌고 온 얼룩무늬 청동말 >
김 영 천(金永千)
새벽 두 시가 끌고 온
얼룩무늬 청동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크게 울었다.
말 울음소리에
설핏 잠 깬 소년이
집 앞 개울가로 나아갔다.
청동말은
멱 감은 소년을 태우고,
이내
산 76번지 밤골
철거민촌
부서진 슬레이트 지붕을 뛰어넘었다.
아프리카 어디쯤
한 뭉치의 지폐를 가지고도
빵 한 조각 살 수 없는
낯선 곳으로 달려갔다.
지뢰 깔린 들판에
풀은 없었고
땅도 아무 데나 파헤쳐 얽어 있었다.
비린내 가득한 땅
태양 등진 소녀들이
마른 강에서 흙탕물을 길었다.
발목 잃은 아이가
소년과 청동말을 보고
흰 이 드러내며 웃었다.
다섯 번 괘종시계가 울렸다.
얼룩무늬 청동말이
말굽 소리를 던져 두고 사라졌지만,
소년은 다시 잠들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