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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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빛 휴식 >
김 영 천(金永千)
잠든 그의 머리맡을
자명종이 앉아서 지켰다.
문 옆에서는
수문장을 자처하는 괘종시계가
머리 흔들며
쉬지 않고 서성거렸다.
하루의 휴식이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다가
분홍빛으로 코를 골았다.
방 한구석,
정규 방송 끝낸 텔레비전이
빈 화면에
애국가를 그렸다.
창문 틈새로
문풍지가 소리 지르며 떨고 있는데,
난 화분의 새 촉이
연두색 입술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