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분홍빛 휴식

김영천
2024-08-18



< 분홍빛 휴식 >


 


김 영 천(金永千)


잠든 그의 머리맡을

자명종이 앉아서 지켰다.

문 옆에서는

수문장을 자처하는 괘종시계가

머리 흔들며

쉬지 않고 서성거렸다.

 

하루의 휴식이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다가

분홍빛으로 코를 골았다.

방 한구석,

정규 방송 끝낸 텔레비전이

빈 화면에

애국가를 그렸다.

 

창문 틈새로

문풍지가 소리 지르며 떨고 있는데,

난 화분의 새 촉이

연두색 입술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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