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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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정학이 붓을 물고 날아가네 >
김 영 천(金永千)
화선지 위에서 뛰놀던
금빛 잉어가
먹물 번지자 검어지네요.
붉은 비늘은
벼루에 떨어뜨리고
연적 속 물을 모두 들이켜네요.
갈대 속에 숨었던
참게가 기어와서는
잉어의 꼬리지느러미를 무는군요.
소나무에 앉은 단정학이
붓을 물고 날아가는데요,
먹 갈다
엉겁결에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