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단정학이 붓을 물고 날아가네

김영천
2024-08-18



< 단정학이 붓을 물고 날아가네 >


 


김 영 천(金永千)


화선지 위에서 뛰놀던

금빛 잉어가

먹물 번지자 검어지네요.

 

붉은 비늘은

벼루에 떨어뜨리고

연적 속 물을 모두 들이켜네요.

 

갈대 속에 숨었던 

참게가 기어와서는

잉어의 꼬리지느러미를 무는군요.

 

소나무에 앉은 단정학이

붓을 물고 날아가는데요,

먹 갈다

엉겁결에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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