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모두가 바람꽃이라네

김영천
2024-07-14



< 모두가 바람꽃이라네 >


 


김 영 천(金永千)


해 뜨는 언덕 너머

어디쯤에서,

오색구름 묶어 오기로

새끼손가락 건

초롱꽃과 바람꽃입니다.

 

자갈 뒹구는 개울을

먼저 건넌 초롱꽃.

볕 드는 곳에 몸 뉘고

산등성이 위

물푸레나무에 걸린 

꿩 울음을  모았어요.

 

한참 뒤

뉘엿뉘엿 

해 넘어가도

다리 아픈 바람꽃은 오지 않고요.

작은 별들이 

은하수를 수 놓을 때까지 

끝내 뵈지 않네요.

 

초롱꽃은

밤이슬 맞으며

온 산과 들판을 헤집었습니다.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국화바람꽃, 숲바람꽃,

쌍둥이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세바람꽃, 외대바람꽃, 만주바람꽃, 변산바람꽃

모두가

제각기 바람꽃이라고 나서는군요.

 

비슷하기는 한데

초롱꽃이 찾는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하얀 바람 한 조각 이고

생글생글 눈망울 깊은

바람꽃.

 

누가 본 적 있나요?

초롱꽃 친구,

바람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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