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산골 노인의 싸리비와 수수비

김영천
2024-07-14



< 산골 노인의 싸리비와 수수비 >


 


김 영 천(金永千)


저녁노을을 

등에 진 채

싸리비와 수수비 안고

집집마다 문 두드리는 노인,

꽤나 멀리서 왔겠다.

 

연분홍 화사한 싸리꽃 피고

붉은 수수 이삭 팼을 때

산골 노인은 눈여겨봤겠다.

 

꿀벌들이 뵈지 않는

늦가을부터

싸릿대와 수숫대는

처마 밑에서 말려졌겠다.

 

꾸역꾸역 

무채색 

한평생 세월이 흘렀겠다.


어쩌면

더 이상 

빗자루를 만들지 못할 때에도,

싸리비와 수수비

어느 집 마당 한구석에서

첫눈을 쓸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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