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녹슨 문은 언제 열릴까요

김영천
2024-06-16



< 녹슨 문은 언제 열릴까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늘 닫혀 있던가요.

열쇠 구멍은 보이지 않고

손잡이도 무겁다고요.

더구나 문 속에

또 다른 문들이

겹겹이 또아리를 틀었다지요.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문을 밀면

방향도 없이 날아오르던 청동검,

녹슨 칼날에도

그대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었군요.

 

심장 깊은 곳에서

눈물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엉겨붙은 핏물은

거머리가 되어 온몸을 휘감았지요.

 

흐릿한 꿈에서라도

문은 늘 닫혀 있었군요.

발바닥 찢어지며

맨발로 걸은,

먼 옛날의 어디에서조차

문은 열린 적이 없었다지요.

 

이제

눈과 비 마구 달려드는

이른 봄날.

닫힌 문틈에

어쩌다 이끼가 끼고

솔방울이 떨어지고

급기야 솔 씨가 싹을 틔우는군요.

 

솔 씨에서 내린 뿌리는

어디까지 뻗을까요.

피멍 든 봄날,

녹슨 문에

기어이 환한 틈이 생겼어요.

봄바람이

햇빛을 타고 연두색으로 일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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