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그가 쌓다 만 흙담



< 그가 쌓다 만 흙담 >


 


김 영 천(金永千)


그가 놓고 간

넝마 속에서,

너덜너덜한 생활이

컵라면을

꼭 

부둥켜안고 있다.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밀물과 썰물처럼 넘나드는

지하철 콘크리트 바닥.

충청도 산골 어디로부터 떠밀려 왔다.

 

이따금 눈동자 굴리며

희뿌연 허공에다

흙담이 예쁜 집을 짓고

키 작은 나무와 꽃도 심었다.

 

충혈된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던

그의 자리에,

백자 달항아리 닮은

목련꽃 봉오리가

한참이나 피어났다.

 

이웃집 마루가

건너다 뵈는

그의 흙담은,

반쯤만 쌓다가 말았다.

 

물 붓지 않았는데도

컵라면은

퉁퉁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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