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어떤 날 눈 내리는데

김영천
2024-04-06



< 어떤 날 눈 내리는데 >


 


김 영 천(金永千)


한바탕 눈이 내리자

하늘 높이 선 빌딩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하얗게 웃었다.

 

시장 근처 가게들도

이 정도 눈은

별 것 아니라며,

비질 가래질

몇 번 하고

난로불을 시뻘겋게 피워댔다.

 

건널목 근처

붕어빵 장수 손수레 곁

과일 노점.

귤과 사과에 눈이 덮였다.

 

아주머니는

연방 눈을 털어내지만

찬바람 휭하니

아귀같이 달려들었다.

 

삼천 원에 한 무더기.

과일들은 푸르뎅뎅

죄다 얼었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 내린 날,

막다른

하루의 생활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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