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진달래가 피다 만 화단에서

김영천
2024-02-03



< 진달래가 피다 만 화단에서 >




김 영 천(金永千)


이마에 주름 깊게 팬

인형 두 개가

커다란 버스에서 내린 뒤

한참동안 두리번거렸다.

 

작은 인형의 허리가 굽었고

부축하는 큰 인형의 몸통은 야위었다.

 

희뿌연 하늘과 맞닿은

갈색 땅에서 흙먼지가 소용돌이 쳤다.

 

보라매 병원이 어디요?

건널목 건너,

바로 저 건물입니다.

 

눈 앞에 둔 병원을

회색 옷 입은 인형 둘이서 찾고 있었다.

 

진달래가 피다 만

화단 끄트머리 건널목

차들이 한동안 멈춰 서 있다.

집 없는 달팽이같이,

인형 두 개가

삘강 신호에도

느릿느릿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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