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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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만 년쯤의 물물교환 >
김 영 천(金永千)
오래된 금광의 갱도 안쪽
불에 그슬린 벽면에
들소 한 마리와
순록 세 마리가 새겨져 있다.
곡갱이질로
하루종일 땀 흘리며
금을 캐던 내게
구석기 시대에서 뛰쳐나온 사람이
주먹도끼를 던졌다.
곡갱이날과 주먹도끼날이 부딪히자
불꽃이 튀었다.
들소와 순록은 내 꺼요.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대신 금 알갱이가 붙어 있는
주먹도끼를 주웠다.
이빨 드러내며
그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지만,
한 십만 년쯤이나 백만 년쯤의 시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