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백만 년쯤의 물물교환

김영천
2024-02-03

 


< 백만 년쯤의 물물교환 >




김 영 천(金永千)


오래된 금광의 갱도 안쪽

불에 그슬린 벽면에

들소 한 마리와

순록 세 마리가 새겨져 있다.

 

곡갱이질로

하루종일 땀 흘리며

금을 캐던 내게

구석기 시대에서 뛰쳐나온 사람이

주먹도끼를 던졌다.

 

곡갱이날과 주먹도끼날이 부딪히자

불꽃이 튀었다.

들소와 순록은 내 꺼요.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대신 금 알갱이가 붙어 있는

주먹도끼를 주웠다.

 

이빨 드러내며

그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지만,

한 십만 년쯤이나 백만 년쯤의 시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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