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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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가 사적골의 하루 >
김 영 천(金永千)
몇 겹의 소슬바람이
새벽부터 측백나무 울타리를 넘어
이슬 맞은 툇마루에 걸터앉았습니다.
담장 위 감나무에서 뛰어내린 땡감은
햇살을 차곡차곡 모아
아침을 장만했고요.
꿀벌들이 잉잉거리며
나팔꽃을 흔들 때쯤
산딸기 입에 문 찌르레기가
멍가덩굴 위에서 뛰노는데요.
호박잎 넣은 점심상 된장찌개도
할머니 부뚜막 위에서
연방 보글보글 끓었습니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오후 한나절을
아이들이 말타기하며 힘껏 굴리면,
커다란 상수리나무에서
풍뎅이도 저희들끼리 배 뒤집고
씨름을 해대곤 합니다.
하루 종일
땀 뻘뻘 흘리다가
금강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해는,
한참동안 자맥질하면서
칠산들 가득
붉은 비단 보자기를 펼치곤 했지요.
대숲 어디에선가 소쩍새가
깜깜한 밤을 퍼 나르고
사랑방에는
할아버지 먹 가는 소리가 그득합니다.
사동천 뚝방에서
반딧불 아홉 개와
참게 세 마리를 건져 올린 동생이
고무신 한 짝을 잃어버리고 칭얼대자,
할머니는
씨알 굵은 하지감자를
마당 한가운데에서 구워 주었습니다.
금강가 사적골
여름날의 하루가
초롱초롱 별빛 반짝이며 흘러갑니다.
* 충남 부여군 임천면 두곡리 사적골 (忠南 扶餘郡 林川面 豆谷里 射的谷) -
두곡리 궁용골(豆谷里 弓龍谷, 宮龍谷)의 용이 활을 쏠 때 그 과녁에 해당하는 곳.
도국(陶菊) 김재엽(金在曄)의 도국서실(陶菊書室)과 금호정사(錦湖精舍)가 자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