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금강가 사적골의 하루

 


< 금강가 사적골의 하루 >




김 영 천(金永千)


몇 겹의 소슬바람이

새벽부터 측백나무 울타리를 넘어

이슬 맞은 툇마루에 걸터앉았습니다.

담장 위 감나무에서 뛰어내린 땡감은

햇살을 차곡차곡 모아

아침을 장만했고요.

 

꿀벌들이 잉잉거리며

나팔꽃을 흔들 때쯤

산딸기 입에 문 찌르레기가

멍가덩굴 위에서 뛰노는데요.

호박잎 넣은 점심상 된장찌개도

할머니 부뚜막 위에서

연방 보글보글 끓었습니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오후 한나절을

아이들이 말타기하며 힘껏 굴리면,

커다란 상수리나무에서

풍뎅이도 저희들끼리 배 뒤집고

씨름을 해대곤 합니다.

 

하루 종일 

땀 뻘뻘 흘리다가

금강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해는,

한참동안 자맥질하면서

칠산들 가득

붉은 비단 보자기를 펼치곤 했지요.

 

대숲 어디에선가 소쩍새가

깜깜한 밤을 퍼 나르고

사랑방에는

할아버지 먹 가는 소리가 그득합니다.


사동천 뚝방에서

반딧불 아홉 개와

참게 세 마리를 건져 올린 동생이

고무신 한 짝을 잃어버리고 칭얼대자,

할머니는 

씨알 굵은 하지감자를

마당 한가운데에서 구워 주었습니다.

 

금강가 사적골

여름날의 하루가

초롱초롱 별빛 반짝이며 흘러갑니다.



* 충남 부여군 임천면 두곡리 사적골 (忠南 扶餘郡 林川面 豆谷里 射的谷) - 

  두곡리 궁용골(豆谷里 弓龍谷, 宮龍谷)의 용이 활을 쏠 때 그 과녁에 해당하는 곳.

  도국(陶菊) 김재엽(金在曄)의 도국서실(陶菊書室)과 금호정사(錦湖精舍)가 자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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