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보라매공원 정거장의 세 사람

 


< 보라매공원 정거장의 세 사람 >




김 영 천(金永千)


새해 둘째 날

새벽 다섯 시.

선구자 조각상이

말 달리며 지키는

보라매공원 버스 정거장.

 

말발굽 소리는 경쾌했지만,

졸린 듯 덜더덕거리던 

낡은 버스에서

세 사람이 앞다투어 내렸다.

 

빗자루 든 아주머니가

빌딩 숲을 헤치며 들어갔고

완장에 모자 쓴 아저씨는

저쪽 병원 계단을 올랐다.

 

낡은 도복의 키 작은 사내,

공원을 가로질러 가다가

느티나무의 밑동을

몇 번이나 발로 차댔다.

눈덩이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아직도

나무의 새순은 돋지 않았고,

그가 어깨에 멘 칼보다

시퍼렇게 날 선 

겨울바람이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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