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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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한낮 주역의 하늘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하늘 가까운 계단 위에
논두렁 두껍게
밭고랑은 적당히 그렸을터.
벼이삭 콩포기가 찰지더니.
자미원 북극성
북두구진(北斗九辰) 신(神)들도 새기고,
그중 열 오른 태양을
수문장으로 세워둔.
잔잔하게 굴러가는 보름달은
금으로 만든
계수나무에
나팔꽃 감아 매어놓았을.
목욕재계
한참을 청소하고
마늘과 쑥
한 무더기 뿌렸는데.
조금 심심해
날개 달린 백마 타고,
새벽이슬 맞으며
낙성대 뒷마당까지 내달렸음에.
연주대 절벽 끝
보라색 어둠 깔고
참하게 앉아 명상하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그 머리 위에
붓꽃 넉넉하게 뿌렸더니,
저만치서
각시투구꽃 정향나무꽃
일렁이며 다가온.
이제
측백나무 그늘 아래
대돗자리 깔고
잠시 누워야 할 때.
산누에가 손등에서 꿈틀거리는.
주역(周易) 환하게 펼치다가,
여름 한낮
할아버지 목침을 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