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밤골 비(B)지구 낙골(落骨), 비틀거리는

김영천
2026-06-04



< 밤골 비(B)지구 낙골(落骨), 비틀거리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관악산 호암산 

호압사 아래

골짜기마다

신림동 마을 셋,

비틀거리는 산비탈이

두 눈 껌뻑이게 하는데.

 

시내 한복판 대청소로

밀려난 난민(難民)

한 뼘 움막을 틀었으니.

불도저로 밀어버린

산비탈에

적당히 블록 몇 개로

쌓아 올린 집들.

옹기종기

머리 맞대고 두런거린다는.

 

버스는 대충

한참 저 아래까지.

택시 타면

특별히

요금 할증 붙어야 할.

신림 사거리에서

관운장 적토마 타고

땀 흘리며 달려야.

 

개울 따라

밤나무 많던 산자락에

횟가루로

네모랗게 금 그은 땅,

철거민촌이 들어서고.


오래된 약수터 곁에는  

아카시아꽃 향기 일렁이는 시냇가. 

나랏님이 큰맘 먹고 세웠다는

보이스카우트 건물

토끼풀 잔잔한 야영장도.


목장의 하얀 염소 떼 지어

온 산을 헤집는. 

왕가재 집게발에서 

아람 알알이 송골거린 밤골.

 

할미꽃 양지 바른

산허리 밀어버리고,

소나무 참나무

모조리 벤 자리에

이름이 없었음을.

 

불도저 끌던 아저씨가

지형 낮은 오른쪽은

에이(A)지구

땅 넓은 왼쪽을

비(B)지구로 정했으니.

마을 이름이

영어권에 편입되었다고.

 

다닥다닥 붙은 처마

아릿한 골목마다,

밤새 흐느끼는 울음

그칠 새 없던 비지구.

 

손바닥보다

한참 넓은

산 여기저기.

이리 무리가 울어대

낭(狼)골이었다나.

 

벼슬 높았던

어느 할아버지.

마을 이름에

혀를 차고

봄에 난초 향기 아득한

난곡(蘭谷)이라며.

 

강감찬 장군이

식목일에 심어 둔

굴참나무 우람하지만,

밤골 비지구 아이들은

입술 삐죽인 채

공동묘지 낙골(落骨)인.

 

아파트 들어선

신식 마을.

산 모퉁이가 땅속으로 꺼지고

철거민도

옛날로 걸어 들어간.

낯선 사람들이

오늘 아침

신림동 마을 잔치 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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