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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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골 비(B)지구 낙골(落骨), 비틀거리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관악산 호암산
호압사 아래
골짜기마다
신림동 마을 셋,
비틀거리는 산비탈이
두 눈 껌뻑이게 하는데.
시내 한복판 대청소로
밀려난 난민(難民)
한 뼘 움막을 틀었으니.
불도저로 밀어버린
산비탈에
적당히 블록 몇 개로
쌓아 올린 집들.
옹기종기
머리 맞대고 두런거린다는.
버스는 대충
한참 저 아래까지.
택시 타면
특별히
요금 할증 붙어야 할.
신림 사거리에서
관운장 적토마 타고
땀 흘리며 달려야.
개울 따라
밤나무 많던 산자락에
횟가루로
네모랗게 금 그은 땅,
철거민촌이 들어서고.
오래된 약수터 곁에는
아카시아꽃 향기 일렁이는 시냇가.
나랏님이 큰맘 먹고 세웠다는
보이스카우트 건물
토끼풀 잔잔한 야영장도.
목장의 하얀 염소 떼 지어
온 산을 헤집는.
왕가재 집게발에서
아람 알알이 송골거린 밤골.
할미꽃 양지 바른
산허리 밀어버리고,
소나무 참나무
모조리 벤 자리에
이름이 없었음을.
불도저 끌던 아저씨가
지형 낮은 오른쪽은
에이(A)지구
땅 넓은 왼쪽을
비(B)지구로 정했으니.
마을 이름이
영어권에 편입되었다고.
다닥다닥 붙은 처마
아릿한 골목마다,
밤새 흐느끼는 울음
그칠 새 없던 비지구.
손바닥보다
한참 넓은
산 여기저기.
이리 무리가 울어대
낭(狼)골이었다나.
벼슬 높았던
어느 할아버지.
마을 이름에
혀를 차고
봄에 난초 향기 아득한
난곡(蘭谷)이라며.
강감찬 장군이
식목일에 심어 둔
굴참나무 우람하지만,
밤골 비지구 아이들은
입술 삐죽인 채
공동묘지 낙골(落骨)인.
아파트 들어선
신식 마을.
산 모퉁이가 땅속으로 꺼지고
철거민도
옛날로 걸어 들어간.
낯선 사람들이
오늘 아침
신림동 마을 잔치 연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