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채석장 일그러진 메질

김영천
2026-06-01



< 채석장 일그러진 메질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빨강 고추잠자리

생글거리는 코스모스

성기게 하늘거릴 때.

발포 신호 핏발 서면

산 위에서 폭약 터지고

집채보다 큰 바위 굴렀던.

 

무당 만자(卍字) 깃발

징소리 북소리

종일 울리던 마을.

어쩌다 부서지고

세월 몇 개도 일그러졌는데.

 

화약 먼지 가라앉은 뒤,

돌 깨는 소리

개울 이쪽저쪽을

종종 걸음으로 튕겨 다니던.

 

화덕에서

정이며 쐐기를 달구고

쇠메 불끈 들어 내친

개울 윗집 아저씨.

종종 소주 됫박에

살아온 인생까지

힘껏 메질했다며.

 

보름달 무거운 날

배곯은 젖병 둘,

거덕에 둘둘 감아

소쩍새 울음 짓이기며

뒷산에 묻었다는.


그날부터

돌멩이 낮게 쌓아둔

아기 무덤.

올망졸망

어깨 나란히 했음도.

 

산초 열매 아득한 날부터

흘러내린 눈물,

채석장 돌 다듬는 소리

그친 날까지 이어진.

밤골 시냇물에

한참 동안

차곡차곡 쌓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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