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활시위에 얹힌 시간

김영천
2026-05-31



< 활시위에 얹힌 시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요즘 따라

너무 빨리 달아나는

시간이군요.

껍질 벗겨

냉동 보관 하든지

꿀병에 담가 두려고요.

.

오후 열 시는

조금 단단해,

잘 익은 사과

맨 가장자리 정도.

돌려 깍기가 좋을 듯하군요.

 

오후 네 시는

말랑말랑해서

바나나 껍질 같은걸요.

씨앗 없는 바나나로

과일즙도 좋겠군요.


지금은 밤 열 시,

억센 밤 껍질이라

꽤나 조심해야겠어요.

굵은 가시에 찔려

피 흐르네요.

 

비지땀 흘리며

연탄불로 구워 볼까요.

달달한 군밤이면

접힌 책갈피에 놓아둘게요.

 

어쩌면

읽지 못한 책 위에서,

지금껏

시간 혼자

활시위를 당겼는지 

팽팽하게 얹혀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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