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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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시위에 얹힌 시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요즘 따라
너무 빨리 달아나는
시간이군요.
껍질 벗겨
냉동 보관 하든지
꿀병에 담가 두려고요.
.
오후 열 시는
조금 단단해,
잘 익은 사과
맨 가장자리 정도.
돌려 깍기가 좋을 듯하군요.
오후 네 시는
말랑말랑해서
바나나 껍질 같은걸요.
씨앗 없는 바나나로
과일즙도 좋겠군요.
지금은 밤 열 시,
억센 밤 껍질이라
꽤나 조심해야겠어요.
굵은 가시에 찔려
피 흐르네요.
비지땀 흘리며
연탄불로 구워 볼까요.
달달한 군밤이면
접힌 책갈피에 놓아둘게요.
어쩌면
읽지 못한 책 위에서,
지금껏
시간 혼자
활시위를 당겼는지
팽팽하게 얹혀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