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시간 맨 안쪽 물관 체관에는

김영천
2026-05-27



< 시간 맨 안쪽 물관 체관에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시간의 가장자리

껍질을 들춰보니

소주병 맥주병이 늘어서 있음에.

 

특별히

플라스틱 막걸리통까지

한자리 차지했더군.

원래는

부여 두곡리 논두렁 근처

주전자에 담겼다가 건너온.

 

태양이 넘실대고

은하수 흩뿌리던,

미림여고 아래 정립독서실.

맨 구석 자리 

주먹 불끈 쥐고 

쟁쟁하던 붓과 벼루.

실장님은

다음 생에서 웃고 계시는지.

 

라일락 향기 아릿할 때

강계다방

홍찻잔이 두리번거리며 다가섰다고.

계산대 옆 어항

금붕어가 꼬리 흔들며

잘 지내냐는군.

두 눈 껌뻑이고

한참이나 머뭇거렸는걸.

 

다방 맞은편

가람독서실에서,

신림동 밤골 홈구장

공포의 외인구단이

입술 깨물고 있다는.

 

키 작은 사번 타자

구회 말

마지막 타석.

꽤나 오랫동안

역전 만루 홈런을 노리는데.

 

투아웃 투스트라잌 쓰리볼

아직까지

파울만

신림천에 가득하다나.

관중들 죄다 떠나고

지친 주자도 퍼져 누웠는걸.

 

아카시아꽃 피 흘리던

이맘때,

미래서점 혁명 하나가

야윈 어깨에

검은 별 셋 깃발 내걸었으니.

쉰 목으로

땀 훔치며 박수치는군.

 

시간의 맨 안쪽

물관 체관 깊숙이 박힌

사발시계 새벽 네 시.

발 구르며

묵죽(墨竹) 시원하게 뻗쳐갈.

조자룡 이 빠진 칼

숫돌 가는 소리 여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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