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용머리 바다에 비 내린 뒤

김영천
2025-09-04



< 용머리 바다에 비 내린 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대천역에서 

조용히 뱃길 만들어

용머리 바닷가로

노 저어 갈까요.

 

평생 저었던 항로에

꽃 무더기 놓였던 적 있나요.

 

바닷가 솔밭 아래

보라색 맥문동 꽃밭 사이

햇빛 길게 뿌려두지요.

 

한세상 깊게 패인 바닷길

이제 느릿느릿 메워지는군요.

먼 길 떠나는 그대,

용머리 모래알로 흩어지네요.

 

백사장 솔잎마다

가슴 저미는

바다 내음 나날이었어요.

 

아주 가끔

용머리 바다에

비 내린 다음,

조개 껍데기 모아

모닥불 피워야겠지요.

 

남은 기억 죄다 모아

옹골지게

되새김질하는 날인걸요.




* 충남 보령군 남포면 월전리 용두마을 - 용머리 바다, 용두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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