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느낌표 뿌리 뽑힌

김영천
2025-08-05



< 느낌표 뿌리 뽑힌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녹아내린 시장 입간판이

아주 낮게 흘러

지축 가장자리에 누웠다.

 

털 고르기 하다

지열에 포박 당해

강제로 일상을 다듬는 비둘기.


시장 입구가 비좁아

주차정리 하던 대파는

길고양이에게 물려

붕대를 한보따리 감았다.

 

합죽선 묵란 잎새 부러진,

선풍기 고장 난

에어컨도 없는.

 

낡은 책가방에서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풀린 붕대에서 튀어나온

덜 익은 상수리알,

물방개가 몇 개 숨겼고

논배미 순찰 중인

참게도 집게발로 집었다.


단단한 등딱지 너머로 

설핏 보이는 광복절.


영락 없이 

미륵보살반가사유상

무채색으로 눈감고 있다.

 

한겨울에도

땀 흘리며 구르는

느낌표 뿌리 뽑힌 세상.

 

오래된 소나무 옹이에서

날짜 한참 지난

영화표가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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