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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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민왕 신당(恭愍王神堂) >
김 영 천(金永千)
칠흑보다 짙은 어둠
야반 삼경.
그와 그의 아들은
궁궐 담을 넘어
좀이 가득 슨 면류관을 훔쳤다.
하늘에 닿은
억울 억울이어도,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스를 수 없다며
창 거꾸로 들었다.
이윽고
그들의 무리가
대를 이어 세세손손
숨소리 편안하게 누운
종묘.
금 간 옥새
거적에 말렸고
고려는 오래전부터 구멍이 숭숭났다.
거미줄 처진 행랑채에서
연방 신음하는 공민왕
포승줄에 묶였다.
해지고 찢긴 곤룡포가
꿈틀대지만
재갈 물린 혀는 굳었다.
새해 첫날
흰 눈이,
부서진 나라를 조문(弔問)하며
무겁게 내렸다.
슬그머니 날아온
참새 한 마리.
산사나무
붉은 열매를 떨어뜨리고
한참동안 울어 댔다.
* 공민왕 신당(恭愍王神堂) - 조선조 임금의 위패를 봉안한 종묘에, 고려 제31대 공민왕의 신당이 부속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