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황태가 자라는 풍경

김영천
2025-01-01



< 황태가 자라는 풍경 >


 


김 영 천(金永千)


조각난 바다가 뒤섞인

눈 속을

황태는 헤엄치며

단단하게 자란다.

 

겨울이

주렁주렁 

고드름에 맺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황태 덕장.

 

용케도 황태는

눈꽃 활짝 핀

응달에서

햇볕 가득한 언덕배기까지

제 영토로 삼았다.

 

어쩌다 가끔

고양이와 개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다

파닥거리는 황태의 꼬리지느러미에 놀라

멀찍이 달아나곤 했다.

 

까치 울음소리가

황태 덕장을

몇 번 휘감으면,

다 자란 황태는

제 몸 솟구쳐

도시 한복판으로 헤엄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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