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서랍에 숨겨진 담배밭

김영천
2025-01-01



< 서랍에 숨겨진 담배밭 >


 


김 영 천(金永千)


지난 밤 

동해 바다에서 

숨어 들어온

마른 오징어 한 마리.


소주병을 움켜쥐고

책상 뒤쪽으로 달아났다.

철제 책상은 무거워

서랍을 빼내야 했다.

 

녹슨 서랍 안에

피다 만 담배 한 개피,

시골 재 너머 길이

구부러져 있었다.


커다란 담뱃잎이 자라고

낯익은 쟁기와 호미가

햇빛에 반짝였다.

 

담배밭 갈던

옆집 할아버지,

푸른 하늘이 담뱃잎에서 찰랑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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