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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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수터 빨강 눈사람 >
김 영 천(金永千)
빨강 외투 걸친
눈사람이
바람 한 줌을 쥐고
약수터에 서 있다.
꼬리 긴 다람쥐가
오동나무 가지에서 뛰어내리자
쥐고 있던 바람을 놓아주었다.
오후 다섯 시 이십 오 분,
약수터에 길게 드리웠던
햇볕이
슬며시
어깨를 다독였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는 걸,
밤새 춥겠구나.
눈사람이 얼굴 붉혔다.
안녕,
내일도 꼭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