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국민학교 담벼락의 병아리가

김영천
2024-12-07



< 국민학교 담벼락의 병아리가 >


 


김 영 천(金永千)


싯누런 지푸라기를

온통 뒤집어 쓴

어미 닭.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몇 날 며칠 동안 알을 품었다.

부리는 금 갔고

자꾸 눈을 감았다.

 

한참 만에

알 깨고 나온 병아리.

어미 닭 식은 품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국민학교 담벼락으로 실려 갔다.

 

한 마리에

백 오십 원.

아이들은 둘러앉아

병아리를

서로 쓰다듬었고

그럴 때마다

노랑 솜털은 빠져만 갔다.

 

곁에서 눈 흘기는

구술굴리기 아저씨와

달고나 아줌마.

장사 안된다고 투덜거렸다.

 

엄마,

장난감이

밥 달래!

병아리를 안은 아이가

현관문 열며 소리쳤다.

 

회갈색 하늘에

금이 갔다.

한국자주인연맹

(08793)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56, 302호  |  1956,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Republic of Korea

TEL : 02-838-5296  |  관리자메일 : kaone@kaone.co.kr

COPYRIGHT ⓒ  Danju Yurim Memori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ENOUGHM]

한국자주인연맹  (08793)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56, 302호  |  1956,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Republic of Korea

TEL : 02-838-5296  |  관리자메일 : kaone@kaone.co.kr

COPYRIGHT ⓒ  Danju Yurim Memori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ENOUG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