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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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 바랜 달이 잠든 동안에 >
김 영 천(金永千)
금 가고
색도 바랜 달이
문틈으로
슬며시 들어왔을 때,
지하실 계단을
청소하는 중이었다.
주방 작은 탁자 위
초저녁에 끌인 된장찌개가
아직 식지 않았다.
보글보글
여전히 김이 올랐다.
허겁지겁
찌개를 모두 먹은 달.
삐걱이는 침대에서
주인 대신 코 고는 동안,
종이비행기를 접어
달 없는
하늘에 날려 보냈다.
금빛 색종이
비행기가
날아 오르자
생기 잃었던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처마 밑
화단의 목련꽃도
봉오리가 조금씩 솟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