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사슴벌레가 봄을 봤다지

김영천
2024-11-10



< 사슴벌레가 봄을 봤다지 >


 


김 영 천(金永千)


아침 일찍부터

썰매 타던

검은 고양이가

얼음 속으로 빠졌다.

 

젖은 장화를

논둑에 벗어 놓고

둥근 해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지켜보던 사슴벌레는

서둘러

떡깔나무 둥지에서 기어 나왔다.

 

아직도

눈 뭉치며 뒹구는

상수리를,

고양이 몰래

장화 속에 담았다.

 

논 가장자리에서는

빛바랜 짚단이

흩어진 겨울을

잔뜩 모았다.

 

보름달 가면 쓴

해가

쥐불놀이를 알렸지만,

장화 잃은 고양이는

밤새도록 궁시렁거렸다.

아직 봄은 멀었어.

 

장수하늘소가

긴 더듬이를 흔들며 

고양이에게 속삭였다.

사슴벌레는

봄을 봤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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