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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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시간이 녹슨 다음에도 >
김 영 천(金永千)
지난 계절의
꼭지점에 걸어 두었던
털외투를 꺼내
가불한 시간을 더듬었다.
쓰다 남은 시간이
외투 주머니에
이끼처럼 자리잡았다.
시간의 껍질 위로
눈 속에 묻힌
길 하나가
희미하게 걸렸다.
묵은 달력에 싸 두었던
돋보기를 들이댔다.
노루와 토끼들이
깊은 밤을 파헤치며
길을 찾았다.
가끔씩 멧돼지의 콧김에
길 가장자리가 데워지기도 했다.
또
시간이
한 움큼 밀려오면,
길은 풀섶에 묻혀
자꾸만 가려질 테다.
한없이 한없이 뭉개지겠다.
한참 뒤
무너진 길을 따라
노랑 민들레꽃이 필 게다.
그때는
장끼 한 마리가
발목에 힘을 주고
뵈지 않는 길을 쪼갰다.
시간이 녹슨 다음에도
처음마냥 길을 열겠다.
은하수보다 더 멀리
길은 이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