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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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차가 도는 언덕 >
김 영 천(金永千)
봄 맞이 분주하게
숯과 메주를 짊어진 항아리들이
언덕으로 기어올랐다.
부족한 소금은
바람에게 빌어 오기로 했다.
풍차를 돌리던 바람이
잠시 쉬고 있는 동안
항아리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소금을 흥정하였다.
이윽고
바람이 땀 흘리며
다시 풍차를 돌린 뒤,
항아리들은 뚜껑 열고
흙냄새를 불러 모았다.
황토 위에
아지랑이가 일렁이자
태양이 솔가지에 걸터앉아
햇볕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언 땅에
입춘이 풀어놓은
분홍빛 온기,
항아리마다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