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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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앵두나무 우물가 >
김 영 천(金永千)
서당집 앞 우물가
앵두나무 아래에서
낮잠 자던 호랑이.
빨간 앵두가 떨어지자
자명종 시계가 울린 줄 알고
벌떡 일어서다가
수염이 뽑혀 나갔다.
누가 내 수염을 뽑았을까.
곶감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으리라.
담뱃대도 팽개치고
함께 낮잠 자던
토끼도 내버려 두고
저 혼자 살겠다고 달음박질쳤다.
구름 알갱이와
마른 상수리 몇 개를 쪼아
점심 식사를 마친 까치가,
호랑이 머리 위로 날며 소리쳤다.
신발이나 신고 가.
날것 들것들이 부리나케 떠난
앵두나무 우물가.
동네 아낙네들은
시어머니와 나랏님 흉보며 깔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