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피라미드에서 박제된 악어

김영천
2024-11-10



< 피라미드에서 박제된 악어 >




김 영 천(金永千)


검고 깊은 나일강의 

굶주린 악어.


하루종일

피라미드 경사면에 기어 올라

두리번거리며 먹이감을 찾았다.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없고

오직 모래만 펼쳐진 사막이었다.

 

매일 공중전이 벌어지는

팔레스티나 땅에서

이따금 피라미드를 향해

로켓포탄이 날아오면

악어는 꼬리 세워

커다란 입으로 받아 냈다.

 

포탄의 재질은

사람의 살가죽

피와 땀이었다.

역한 노린내가 터져 나오자

악어는 구역질을 해 댔다.

 

두꺼운 악어 가죽이 해지도록

악어의 구토는 끊이지 않았고,

마침내 피라미드에서

하얗게 말라 박제가 되었다.

 

먼 훗날 인류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른 악어가

박제된 이유를 고민할 테다.

나일강변의 모래알만큼

많은 주장을

제각기 늘어놓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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