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밤골 아이의 그림

김영천
2024-11-10



< 밤골 아이의 그림 >




김 영 천(金永千)


한 장에 십원

하얀 도화지 말고,

이원 짜리

회갈색 마분지에

색칠하는 아이.

 

밤골 하늘 위

낮게 반짝이는 별을 세며,

대충 쌓은 블록집

작은 창문에

밤늦도록 기대어 서 있네요.

 

맞은편

이십 층 아파트 꼭대기에는

가장자리 뭉개진

보름달이

훵하니 비틀거렸어요.

가시만 남은

아카시아나무가

조각난 달의 파편을 깨물었지요.

 

도둑고양이가 찾아든

슬레이트 지붕

낮은 처마 밑.

시래기와 양미리가

새끼줄에 꿰여

도란도란거리는군요.

 

제 몸 하얗게 태워

비닐 장판 데우던 구공탄이

하품 하는데요.

아이는

그림을 거의 다 그렸지만

공장에 간 엄마는

아직 그릴 수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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