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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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서진 지붕 위 소녀와 고니 >
김 영 천(金永千)
대충 발라진 벽
낮은 천장마저
부서진
다섯 평 슬레이트 집.
슬레이트 더미 아래
꺾인 은단풍나무 가지,
바람 한 움큼이
가까스로 매달렸다.
빨강 외투 입은
소녀가
손을 뻗어 따담았다.
커다란 고니의
날개짓이 새하얗게 푸득일 때마다,
바람의 꼭지부터
조금씩
약수터 앞 개울가에 뿌렸다.
아직
땅은 얼었고
금지산(金之山) 나무들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소녀가
인동당초무늬를 풀어놓은
대보름 달빛.
온통
황금실 일렁이는 윤슬로
밤골 개울가에 내려앉았다.
달빛에 버무려진 바람은
짙은 보라색,
소녀의 체온만큼
온기를 머금었다.
고니가
바람을 모아
날개 추스릴 동안
눈매 고운 소녀는
약수터 바위에 기대
두 손 모았다.
새해 첫날 첫새벽부터
열 다섯 번째
달 속으로 던져둔
달집과 쥐불을 살펴보았다.
토끼들의 쥐불놀이에
풍물 장단이 생생했고,
어느새
소녀를 태운 고니가
둥근 달을 향해 날아갔다.
며칠 전
밀렵꾼 총에 맞아
피 흘린 황새와,
몸통에 구멍 뚫려
수액 뽑히던 고로쇠나무가
고니의 등에 실렸다.
구청 철거반의
무거운 쇠망치도
산산조각 난
슬레이트 지붕도
하얀 고니가 물고 갔다.
* 금지산(金之山) - 관악산(冠岳山)의 지봉(枝峯)인 호암산(虎巖山)의 별칭.
산 아래 첫 마을이 산76번지 밤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