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담벼락에서 연필로 그린 해

김영천
2024-10-05



< 담벼락에서 연필로 그린 해 >


 


김 영 천(金永千)


학교 갔다 오는 길

담벼락에 기댄 아이들은

해 뜨기를 기다렸다.

해는 낮잠 자며

구름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입술이 새파래지자

키 작은 아이가

연필 꺼내

해를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로 그려진 해는

아이들의 언 몸을 녹이며

담벼락 위로 떠올랐다.

 

한참 뒤

잠 깬 해가 나타났지만

아이들이 알아보지 못했다.

머쓱해진 해는 다시 숨었다.

 

그때부터 달이 되었다.

아이들이 잠든 다음,

슬그머니 떠오르는

둥근 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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