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대보름날 내린 비

김영천
2024-10-05



< 대보름날 내린 비 >


 


김 영 천(金永千)


사람들이

쥐불 놓고

달집도 태우면서

소원을 빌었다.

 

불길이 강을 건너

달집에 불이 붙자

겁먹은 달은

가슴 졸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대보름달은

정신없이 달아났고

이내 하늘은 깜깜해졌다.

 

큰 난리 조짐이라며

모두들

짐을 꾸렸지만

피난 갈 방향은 정하지 못했다.

뵈지 않는 달 대신

비가 쏟아졌다.

 

대보름날,

주린 배 움켜쥔 달이

노적가리 근처를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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