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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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노새의 방울 소리 >
김 영 천(金永千)
꽤나 익숙한 하늘을
야윈 등짝에 짊어진
회갈색 노새,
쪽빛 바다를 바라보았다.
늘 곁에 두었던 바다에
발굽 소리 던지며
아침에 먹었던
건초더미 대신,
몇 개의 추억과
몇 뭉치의 땀을 되새김질하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노새는 짐을 날랐다.
아이가 자라서
또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숨 몰아쉬며
비탈진 언덕에 올랐다.
등거죽 얇아지고
발굽의 징도 거추장스러워진
어느 날부터,
마흔 훌쩍 넘긴 노새는
방울 소리 울리며
속눈썹 깊이 묻어둔
세월을 풀어놓았다.
바다 건너온
날 선 바람이
부스스한 갈기 위에 내려앉았다.
노새가 먹다 남긴
홍당무에,
겨울날 오후 햇빛이
한 주먹쯤 웅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