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늙은 노새의 방울 소리

김영천
2024-04-06



< 늙은 노새의 방울 소리 >


 


김 영 천(金永千)


꽤나 익숙한 하늘을

야윈 등짝에 짊어진

회갈색 노새,

쪽빛 바다를 바라보았다.

 

늘 곁에 두었던 바다에

발굽 소리 던지며

아침에 먹었던 

건초더미 대신,

몇 개의 추억과

몇 뭉치의 땀을 되새김질하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노새는 짐을 날랐다.

아이가 자라서

또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숨 몰아쉬며 

비탈진 언덕에 올랐다.

 

등거죽 얇아지고

발굽의 징도 거추장스러워진

어느 날부터,

마흔 훌쩍 넘긴 노새는

방울 소리 울리며

속눈썹 깊이 묻어둔 

세월을 풀어놓았다.

 

바다 건너온

날 선 바람이

부스스한 갈기 위에 내려앉았다.

노새가 먹다 남긴

홍당무에,

겨울날 오후 햇빛이 

한 주먹쯤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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