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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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묵죽(墨竹)의 신화(神話)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태고(太古)의
검은 골짜기 아래,
북극성(北極星)
북두구성(北斗九星)의 탯줄 감고
자미원(紫微垣)을 움켜진 아이.
바람맞은
묵죽(墨竹)의 이파리 향해
눈 감고 천천히 걸어갔다.
돌덩이 세차게 날리는
바람의 방향은
북서쪽 혹은 북동쪽.
가끔 난데없는 천둥이
산비탈을 흔들 때도 있었다.
가위눌린 아이에게
세상은 늘 비릿했고,
그때마다
시퍼런 댓잎을 뜯어
손등에 올려놓곤 했다.
아버지 붓으로
대나무를 심었지만
아직
쇠붓의 무게 하나 이기지 못했다.
태양과 달이
한동안 번갈아 떴다가
무지개를 던져놓고 사라졌다.
아이의 소식은
관악산 너머까지 들리지 않았다.
어쩌다
까치인지 까마귀 같기도 한
날 것들이,
까치고개 근처에서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린다고 수군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붓이 닳아 없어졌다.
급기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옛날을 소환한 붓조차
몽당붓이 되도록
묵죽은 자라나지 않았다.
어느 날
불쑥 나이 든 아이.
오래전부터
저잣거리의 누추 비루(陋醜 鄙陋)
참담한 억울(抑鬱)까지
환하게 찢어 말린 붓으로,
세상에서
가장 형형한 묵죽을
단번에 짓쳐올렸다.
동서남북 사방
눈보라가 한바탕 휘오리쳤지만
이미
대나무는 숲을 이뤘다.
낭창낭창하게 묶어낸
신화(神話)가
정북(正北)에서 단단하게 익었다.
보라색 흰색 휘황하게
대꽃 일렁인 다음,
청용 백호 봉황 이끌고
현무(玄武)가 느릿느릿
북극성(北極星)을 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