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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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잊지 마세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돋보기에 내려앉은 문자가
일제히 책 위로 올라왔다.
용 쓰고 자리잡았지만
오래된 책은
군데군데 부서지고
상처가 깊었다.
도서관 서고에서 밀려난 다음
플라스틱 필름으로
영구보존 미이라가 될 테다.
포르말린에 몸 담근 활자들이
수차례 봉기했지만
시간은 그들 편이 아니었다.
마침내 눈물 흩뿌리며
귀양 간 곳은
마이크로 필름 판독기.
세월 몇 개가
주섬 주섬 흐르고,
하얗게 육탈된 활자의
마지막 혼불이
디지털 아카이브에 모였다.
나를 잊지 마세요.
오래된 서가의
낡은 책입니다.
어딘가에서
밤새 뒤척이던 활자가
그림자로 남았다.
컴퓨터 자판에
곰팡내 나는
책 향기,
목울대 넘기며 녹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