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자작나무 숲 천마도(天馬圖)

김영천
2023-08-27

< 자작나무 숲 천마도(天馬圖) > 




김 영 천(金永千)


무지개 타고 온 해가

하얀 눈길 사이로

자작나무 숲을 살핍니다.

한 움큼의 붉은 빛 찬찬히 뿌리네요.

 

아침 끼니 찾던 박새들이

반짝이는 그 빛들을 죄다 물고 갑니다.

물고 가다 떨어뜨린

햇빛 한 조각은,

밤새 신화 속 헤집던

흰말의 날개에 올라타는군요.

 

말잔등 위,

청동솥에는

금관과 세월 감은 환두대도가 담겨 있습니다.

말 울음소리 동그랗게 울려 퍼지는

은빛 자작나무 숲.

 

신화 한가운데

높이 솟은 제단에서

다시 눈송이들이 소곤대며 내려옵니다.

청동검에 묻은

보라색 바람소리며

사향 내 번지는 우뢰소리,

자미원(紫薇垣) 어느 별의 문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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