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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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꺼진 간판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목 조이며
날마다 쌓여가는 빚,
동아줄보다 굵은 올가미,
매달 밀리는 월세에
눈시울 붉어졌고
칼날 위의 발걸음마다
온통 흥건한 피.
눈 뜨면 지옥이었다.
돼지머리 놓고
터주신께 고사 지냈다.
밤새워
정화수 앞에서
남몰래 눈물로 빌었다.
벚꽃 휘날려도
그녀의 식당에는
찬바람만 소용돌이쳤다.
숨 붙어 있으니
눈감고 서 있는 거라며
맨 정신 하얗게 놓았다.
사는 게
명부전 죽음이라고
검붉은 저녁노을에
명줄 던져버린 그녀.
먼지 내려앉은
간판 불이 꺼진 뒤,
가게 하나가 쓰러졌다.